내가 생각하는 에스프레소, 네가 생각하는 아메리카노.
강릉 카페거리를 갔다 온 후, 잠깐의 휴식기를 갖고 난 후에 작성하려 하였지만, 감각이 남아있고 여운이 있을 때 써내리는게 옳다고 판단하여 작성한다.

강릉 카페거리를 다녀오고 많은 생각을 하며 정리하는 글을 작성하였다. "내 언행으로 인해 그 카페의 이미지가 그대로 굳어버리진 않을까? ", "단순 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평가를 하는 게 맞는 걸까?"...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선 지금 내가 이 블로그에 글을 올려 내 글을 읽어본 이들에게 "내가 추구하는 커피"를 알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글로 읽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상황을 초래하는게 아닌, 스스로 느껴보고 자기 주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드는게 옳다고 느낍니다.) 나와 같은 이과 출신이라면(문과라도 이러한 성향이 없으리라 할 수는 없습니다. 불편하시다면 정정하겠습니다.) 모든 상황에 있어 확실하지 않은 사실에 확신을 갖고 행을 하진 않으리 생각한다. 커피는 정답이 없다. 소비자가 맛있게 마셨다면 어찌 됐던 그 커피는 오답이 아니란 얘기인 것뿐.

커피라는 액체에 대해 말하자면 내 몸을 각성시켜주는 물약. 나는 이렇게 정의하곤 한다.(커피가 뭐에요?라 질문하면 평소엔 이런 식으로 대답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물약은 에너지 드링크, 진통제 이러한 형태로 우리 근처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커피가 더 비싼데 굳이 커피를 소비해야할까?" 라는 의문이 곧 생기기도 한다. 물론 나도 커피를 공부하고 배우면서 이러한 생각을 거친 시기가 있었고, 나는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가 가지고 있는 근본이 다르다."라는 나만의 대답을 내놨다. 우리나라에선 [커피]란 "카페에서 돈을 주고 공간을 대여하면 나오는 음료", "친구들과 놀다가 지쳐서 쉬고 싶을 때 저렴한 가격으로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 이런 이미지가 소비자에겐 근본으로 자리 잡혀 있을 수 있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다고 공간이 대여되는 것은 아니고, 진통제로 지쳐서 쉴 때 섭취하진 않을 것이다.
커피라는 음료에 대해 짤막히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이번엔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에 대해 얘기를 해볼 차례이다.
"바리스타"라 하면 사전적 정의는 "전문적으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다. 바리스타는 커피 한 잔 내리는 과정에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뉘앙스를 표현해내기 위해 정성을 쏟는다.(이런 생각을 갖고 바리스타로 근무했고, 자부심있는 바리스타라면 다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도징, 레벨링 그리고 템핑. 이 과정에서 채널링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두를 칠침봉으로 풀어주는 등. 부가적인 세밀한 움직임들이 전문성을 보인다 생각한다. 또 고객이 원한다면 그에 만족이 될만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 여기까지가 내가 추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바리스타이다.(추출레시피 알려줘도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분쇄도부터 시작해서 템핑의 세기와 디스트리뷰션의 높이, 커피끼리의 공극 차이까지 이 모든게 상호작용하여 나오는 것이 내가 내리고자 한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층이 센서리에 크게 민감하지 못하다는걸 인지한 상태에서 소비자를 우롱하듯 대충 내리는 커피는 바리스타가 아닌 집에서 믹스커피 하나에 물 양도 제대로 못 맞추던 6살의 나보다 못한 수준이다.

이쯤에서 센서리에 대해 얘기를 살짝 해보겠다. 생소할 수도, 익숙할 수도 있는 단어, 센서리는 말 그대로 감각으로 커피의 맛을 구분 짓고, 평가하는 것이다.(이 과정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커피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크게 산미, 단맛, 쓴맛 정도를 미각으로 구분하고, 후각으로 프래그런스와 아로마를 구분 짓는다.(acid, sweetness, bitter, fragrance, aroma 이렇게 표기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깊게 들어가면 산에도 5종류 이상이 있고 골치 아파집니다.) 감각들로 커피의 맛을 표현하고, 내가 표현한 커피를 소비자도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게 바리스타의 역량이다.
앞선 글에선 "미르마르의 커피는 묽었다." 라고 말하였다.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워터리 하다."라고 표현을 한다. 샷에 비해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갔던지, 아님 과다추출 되었던지.. 여러 요인들이 있고 이러한 결과로 워터리 하다고 말을 한다. 별 다른 특징 없이 그저 그런데? 싶은 커피는 플랫(flat)하다고 표현하고, 그 외에 느껴지는 커피의 센서리는 직관적으로 내가 겪어본 것들에 비유하며 말을 하곤 한다.(예시로, 커피에서 초콜릿 향이 나, 이 커피 마라 맛이 나는데?)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좀 더 진하니까 많은 것들에 컴플렉시티하게 느껴지겠네요?" 정확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 복잡한 맛이라 구분이 어렵다. 적어도 나에게 에스프레소는 쓰기만 한 음료이다. 아직까지도 경험이 부족하단 얘기이기도 하다. 모든 매장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웬만한 카페는 오픈하기 전에 분쇄도를 조절하여 커피맛을 정리한다. 그 기준이 에스프레소가 될 수도 있고 아메리카노가 될 수도 있지만, 그건 가게마다 차이가 있으니 크게 문제 삼진 않겠다.(손님들이 주로 소비하는 것은 아메리카노이기에, 아메리카노에 맞춰 분쇄도를 잡는게 옳다고 생각은 합니다.)

어떤 소비자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어떤 소비자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이 대한민국에서 소비되는 커피량을 본다면, 우리 커피라는 문화에 대해 너무 쉽게 봐주고 있단 생각이 간혹 들기도 한다.(진입장벽이 많이 낮습니다. 그렇기에 바리스타라 할 지라도, 많은 바리스타들이 전문성을 못 보이고 있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바리스타들까지 단순 커피팔이 정도로만 치부받는게 현실입니다.) 매장에서 근무할 때 점장이 나에게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손님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예요. 이 손님 저 손님 요청사항 다 들어줬다간 우리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겁니다." 100% 동감하는 말이고, 역추적하자면 "커피 문화 또한 소비자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오답인 커피를 맛보게 된다면, 그에 대해서는 당당히 이게 맞는 거냐 물어볼 수 있는 그런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개인 카페에서 말이다.